또래보다 늘 건강한 편인 7세 아들이
장염을 앓았다.
그것도 독하기로 유명한 살모넬라 장염..
10일도 넘게 아파서 고생한 아들과
곁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어 너무 힘들었던 시간.
잊을 수 없는 그 시간들을 아래에 기록해 두고자 한다.
(가감 없이 적어 놓아 비위에 주의해주세요)
1일차 - 고열, 설사, 구토의 시작
일요일 낮 12시쯤
집에서 잘 놀던 아이가 뜨끈한 듯 해 열을 재어 보니
38.2도..?
갑작스러운 열에 놀랐지만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며 대수롭지 않게 해열제를 먹였다.
2시간가량 후 다시 열을 재어 보니
37.8도로 떨어지긴 했으나 미열이었고
이후 열이 다시 오르며 하루 종일 계속
미열 이상으로 유지되었다. 평균 38도..
그리고 복통과 함께 설사가 시작되었다.
평소 아프단 소리를 잘 하지 않는 아이인데
배가 아프다며 계속 엄마손 약손을 해달라고 보챘다.
배가 아파 기운이 없어서
상비약으로 가지고 있던 백초 3.5ml를 먹였으나
눈에 띄는 효과가 없었다.
일요일이라 병원에 가기 어려워
내일 아침 일찍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때만 해도 단순한 배탈인 줄 알았다.
밤에 자면서부터는
계속 팬티에 묽은 변을 조금씩 지리고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화장실로 달려가
배가 아프다며 울었다.
한 번은 변기에서 용변을 보다 구토까지 했다.
2일차 - 장염 진단 및 혈변
새벽 내내 고열과 설사에 시달렸다. 최고 기록 39.7도..
의사 선생님의 진단은 장염이었고
혈변이 있는지 물어보셨으나 이 때까지는 없었다.
세균성인지 바이러스성인지 확인하기 위해
피검사를 진행했는데
염증 수치 2.94
정상 수치는 0.5 미만이고
세균성 장염인 경우 보통 5이상인데
애매하게 높은 숫자라 확실치는 않지만
세균성 장염일 가능성이 있어 항생제와 함께
위장관조절제, 지사제 등을 처방 받았다.
수액을 맞을까 했으나 다 맞는데 6시간이 걸린다 하여
아이가 너무 지칠 것 같았고
집에서도 물 많이 먹이고
식사도 간간히 할 수 있는 상태라 맞지 않았다.
이틀 내에 열이 떨어지지 않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다시 내원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다시 시작된 설사..
묽은 변 사이에 밥풀만한 선홍색 덩어리가 섞여 있어서
아.. 세균성 장염 맞구나..
하고 지켜보기 시작했다.
흔히 말하는 혈변이었다.
그런데..
밤이 되자
잦은 설사 사이에 점점 늘어나는 피...
이렇게 피가 많이 난다고...?
묽은 변 사이에 핏덩어리가 거의 반이었다.
구토는 더이상 없었지만
아이는 배가 터질 것처럼 아프다고 했다.
3일차/ 입원 1일차 - 살모넬라균 확인
새벽에 응급실을 가야 하나 고민했으나
요즘 시국에 소아 응급 진료가 가능할 지 걱정이 되었고
곧 아침이 되어
원래 갔던 소아과로 다시 가서 증상을 알렸다.
혈변 때문에 대학병원에서 대변 검사를 해봐야한다며
의뢰서를 써주셔서
바로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이동했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아니면 우리가 타이밍이 좋았는지
대기 없이 바로 진료를 보게 되었고
다시 진행한 피검사에서
염증 수치 9.7
어제 2.94에서 껑충 뛰어 오른 수치에 깜짝 놀라고..
간호사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많이 아팠겠다는 위로를 전해들었다.
그게 왜 그리 마음이 아팠는지 모르겠다.
수액을 연결하고 금식 지침이 떨어지고
소아응급실에서 대기하며
복부 x-ray 촬영, CT 촬영을 진행했다.
다행히 여기에서는 이상 소견이 없었다.
다만,
천신만고 끝에 채취한 대변에서
5시간이 걸린 끝에 나온 검사 결과...
살모넬라균이 검출 되었다...
장염 원인균 중에 가장 독하다고 할 수 있어
치료에 수일이 걸릴 각오를 해야 한다고...
보통 위생기준이 약한 나라를 다녀오며
옮는 경향이 있다고 하시는데
우리 가족은 마침
바로 일주일 전 베트남 여행에서 돌아온 참이었다.
거기서 수영장 물을 많이 먹었더랬다..하아...
더 덧붙일 것 없이 입원 치료가 당장 필요한 상황이라
곧바로 입원 수속이 진행되었다.
소아병동으로 옮겨온 후에도
시도 때도 없는 배변 신호에
아이는 화장실을 계속 들락날락 하며
통증을 호소하고 변을 참기 힘들어 했다.
바지를 몇번이나 갈아입은 건지...
항생제를 투여 받았고 해열제도 먹었다.
해열제가 진통 기능이 있다보니
아픔이 조금 줄어 컨디션이 괜찮아졌다.
추가적인 균 발견을 위해
대변 배양 검사를 진행해야 한대서
두번째로 대변을 채취 했다.
4일차/ 입원 2일차 - 체온 정상, 복통과 혈변 지속
해열제 복용 후 더 이상 열은 나지 않았다.
새벽부터 1시간에 한 번 꼴로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화장실로 뛰어갔다.
집에서 만큼 심하지는 않았지만
연분홍빛이 섞여 나오는 혈변이 지속되었다.
아침이 되자
금식도 풀리고 다행히 식욕도 있어
바로 일반식으로 먹을 수 있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두 종류의 항생제를 투여했다.
가만히 있으면 멀쩡해 보이는데,
변 신호가 오면 너무나 아파했다.
재밌게 놀아 보려다가도
자꾸 배가 아프니
움직이기도 겁이 나는지 가만히 있고 싶어했고
기운이 없어 잠을 많이 잤다.
곁에서 보고 있자니 마음이 많이 아팠다.
다행인건,
밤이 되자 컨디션이 아주 좋아졌다!
통증이 덜한지 장난도 치고
기분 좋게 잠들었다.
5일차/ 입원 3일차 - 설사 지속, 혈변 사라짐
중간에 깨지 않고 푹 자다가
새벽 4시경 배가 아파 대변을 봤는데
설사이긴 하지만 피는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식사량도 괜찮고
배 아픈 빈도도 많이 줄었다.
산책도 나가고
가져온 미니카를 가지고 수다스럽게 놀면서
많이 웃기도 했다.
거의 다 회복한 느낌이라 곧 퇴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6일차/ 입원 4일차 - 혈변 재발
아이는 밤새 깨지도 않고 꿀잠을 잤다.
심지어 이불에 지도를 아주 크게 그렸는데(...)
미동도 없이 자고 일어나서는
땀인줄 아는 무던함...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본 첫 대변 끝에
연붉은 빛이 묻어나서 동공지진..
혈변 재발...ㅠ
교수님 말씀이 살모넬라 장염의 특징이
낫는 듯 하다가 다시 또 악화되길 반복하기도 한단다..
혈변과 복통이 사라져야 퇴원이 가능하니
항생제를 바꾸어 보고 좀 더 지켜보자고 하셨다.
7일차/ 입원 5일차 - 파라티푸스 의심 소견
밤에 또 소변 실수를 했다.
기저귀 뗀 이후 이런 실수는 처음이어서
아이도 나도 충격을 받았으나
수액을 계속 맞는 중이라 그럴 수 있다며
시간당 투입액을 줄여 주셨다.
입원 후 진행한 대변 배양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파라티푸스 의심 소견..
파라티푸스...? 낯선 이름 이었다.
찾아보니 제2급 법정감염병 이란다..하..
확진 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의심환자로 질병관리청 신고가 들어갔고
최종 확진을 결정하는 정밀 검사는
병원에서 하지 않고
별도 지정 검사원에서 진행되며
결과 확인까지 10일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확진 시 지침은 보건소 소관이고
병원에서는 파라티푸스 확진 여부와 별개로
증상에 대한 치료 후
호전되면 퇴원 가능하다고 했다.
의심 수준이지만
감염병 예방 방침에 따라
4인 1실 병실에서
1인실 격리 병실로 이동했다.
항생제도 한 번 더 바뀌었다.
아이는 병실이 호텔 같다며 좋아했으나
나는 착찹했다...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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